올림피아 필리페이온, 알렉산더 대왕이 남긴 흔적을 찾다.(그리스)

 

고대 올림피아 유적지 속, 조용히 자리한 필리페이온(Philippeion)은 고대 스포츠의 영광과 마케도니아 왕가의 정치적 권력을 잇는 독특한 원형 기념물입니다. 기원전 338년 카이로네이아 전투에서 필리포스 2세가 거둔 승리를 기념하여 세워졌으며, 그의 아들 알렉산더 대왕의 상징적 시작을 예고하는 구조물이기도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필리페이온이 고대 올림피아에서 가장 정치적인 기념물 중 하나로 평가 받는 이유, 그 속에 담긴 알렉산더의 영향력, 그리고 오늘날 여행자들이 현장에서 무엇을 볼 수 있는지 소개합니다.

겉보기에 단순해 보이지만, 필리페이온은 고대 그리스에서 예술, 건축, 선전이 어떻게 결합 되었는 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장소입니다.


승리에서 태어난 기념물


기원전 338년, 필리포스 2세는 결정적인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고 필리페이온을 건축하기 시작합니다. 이 건축물은 올림피아에서 신이 아닌 인간을 위해 세워진 유일한 구조물로, 마케도니아 왕가의 황금과 상아로 만든 조각상이 내부에 설치되었습니다. 이 조각상에는 필리포스, 그의 아내 올림피아스, 그리고 알렉산더 대왕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 기념물은 단순한 군사 승리의 축하를 넘어, 그리스 도시국가들 위에 군림하고자 했던 마케도니아의 지배 야망을 담고 있었습니다. 제우스와 헤라 신전 옆에 인간의 동상을 세운 것은, 신성한 장소에서 왕가의 정당성을 강조하려는 정치적 의도였습니다.


알렉산더 대왕의 흔적


필리페이온은 필리포스에 의해 시작되었지만, 많은 역사학자들은 알렉산더가 이를 직접 완공했거나 영향력을 끼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당시 그는 아직 왕자가 아니었지만, 이미 동상 속 한 자리를 차지함으로써 미래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이 타이밍은 매우 중요합니다. 필리포스가 암살당한 직후, 알렉산더는 세계 정복에 나서며 헬레니즘 문화를 전 세계로 확장합니다. 그렇기에 필리페이온은 그의 위대한 여정의 상징적 출발점이라 볼 수 있습니다.


건축적 특징과 상징성


필리페이온은 대리석 돔과 이오니아식 기둥으로 둘러싸인 원형 건물로, 내부에는 실제 크기의 조각상이 다섯 개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이 조각상은 유명 조각가 레오카레스(Leochares)가 제작했으며, 매우 사실적인 표현으로 유명합니다.

이 건축물이 원형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합니다. 당시 대부분의 신전은 직사각형이었지만, 필리페이온은 영웅 숭배용 구조물에서 볼 수 있는 ‘톨로스(Tholos)’ 형식을 따랐습니다. 이는 마케도니아 왕들이 반신반인의 지위를 주장하려는 암시로 해석됩니다.


오늘날 볼 수 있는 모습


현재는 기반석과 일부 재건된 기둥만 남아 있지만, 필리페이온 자리에 서 있으면 그 역사적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유적은 올림피아의 중심 성역인 알티스(Altis) 지역 내, 제우스 신전 인근에 위치합니다.

현장에는 설명 안내판도 있으며, 더 깊이 있는 이해를 원한다면 현지 가이드 또는 오디오 가이드를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당시의 정치적 의미와 건축적 특징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습니다.


방문 팁


  • 위치: 고대 올림피아 유적지, 알티스 지역 내
  • 추천 시간대: 아침 일찍 또는 늦은 오후 (부드러운 햇살과 적은 인파)
  • 입장: 올림피아 유적지 입장권에 포함
  • 주변 명소: 제우스 신전, 고대 스타디움, 올림피아 고고학 박물관


권력과 예언의 상징


필리페이온은 올림피아에서 가장 크거나 화려한 유적은 아니지만, 그 상징성과 역사적 의미는 절대적입니다. 예술, 정치, 왕가의 유산이 하나로 융합된 공간으로, 알렉산더 대왕이라는 인물의 기원을 오롯이 담고 있습니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특히 알렉산더 대왕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싶다면 이 구조물은 반드시 들러야 할 장소입니다. 그 자리에 서서 그의 동상이 있었던 위치를 바라보면, 한 제국의 시작을 느낄 수 있는 감동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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