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드 신화: 로키의 성별 전환과 퀴어 코드(스칸디나비아)

 

노르드 신화에서 로키만큼 수수께끼 같고 복합적인 인물은 드뭅니다. 종종 트릭스터 신으로 불리는 로키는 그의 행동 뿐만 아니라 정체성 면에서도 분류하기 어렵습니다. 로키 이야기에서 가장 매혹적인 측면 중 하나는 그의 성별을 바꾸는 능력으로, 이는 고대 신화 속 퀴어 성에 대한 깊은 논의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이 글에서는 로키의 성별 전환이 노르드 신화에 대한 퀴어적 해석을 어떻게 가능하게 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전 근대 문화에서 정체성의 유동성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는 지를 살펴봅니다.


노르드 신화 속 로키와 젠더 유동성


로키가 성별을 바꾸는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그가 암말로 변신해 숫말과 짝짓기를 하고, 나중에 오딘의 팔다리 말을 출산하는 신화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종종 충격 요소로 회자되지만, 그 속에는 더 깊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원문 속에서 로키의 변신은 일탈이나 수치심의 대상으로 묘사되지 않으며, 단순히 신화의 일부로 다뤄집니다. 이는 당시의 신화 구조 내에서 성별의 유동성이 상상 가능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 행위는 현대의 이분법적  젠더 개념에 도전하며, 노르드 신화가 생각보다 더 정체성에 대해 유연한 시각을 지녔음을 암시합니다. 로키는 단순히 외형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역할과 책임, 관계의 역학까지 변화시키며 때로는 아버지로, 때로는 어머니로 등장합니다.


노르드 신화에 대한 퀴어적 해석


퀴어 이론은 로키의 이야기를 해석하는 데 있어 강력한 도구를 제공합니다. 로키는 하나의 정체성이나 기능으로 고정되지 않음으로써, 성적 지향이나 성별 뿐만 아니라 철학과 우주론에 있어서도 퀴어성을   제현합니다. 그는 사회적, 우주적 구조 속 숨겨진 전제를 드러내는 파괴적 힘으로 작용합니다.

로키의 역할은  주디스 버틀러가 말한 수행성(performativity) 개념과도 닮아 있습니다. 즉, 정체성은 우리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행하는 것"이라는 개념입니다. 로키의 각 변신은 하나의 수행으로 볼 수 있으며, '남성', '여성', '신', '괴물' 같은 범주의 고정성을 의문에 부칩니다.


기독교 이전 스칸디나비아와 성별의 복잡성


이 신화들이 전해지던 문화적 맥락도 중요합니다. 기독교 이전의 스칸디나비아 사회는 복잡한 사회 규범을 가지고 있었으며, 많은 면에서 가부장적 이었지만 동시에 세이드르(seiðr)를 수행하는 남성들처럼 성별의 경계를 넘나드는 인물들에게 일정한 자리를 허용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종종 여성성과 연결되며 때로는 낙인 찍히기도 했습니다.

로키 또한 세이드르와 연관되어 있으며, 이는 그가 사회적 기대를 비틀고 경계를 흐리는 역할을 함을 더욱 강조합니다. 로키 같은 젠더 유동적 인물의 존재는 초기 노르드 사회가 오늘날의 바이킹 이미지와는 달리 정체성에 대해 보다 섬세한 이해를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현대 퀴어 정체성의 거울로서의 로키


오늘날 많은 LGBTQ+ 사람들에게 로키는 강력한 상징이 되었습니다. 만화와 TV 시리즈 등 현대적 해석은 로키의 유동적인 정체성을 종종 퀴어하게 재구성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해석들은 논란을 낳기도 하지만, 고대 이야기를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재 소유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고대 인물에게 현대의 라벨을 붙이기보다는, 로키를 퀴어 아이콘으로 읽는 것은 신화와 정체성을 보다 확장된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로키의 이야기는 다중성, 변화, 모호함이 단지 가능할 뿐 아니라 강력하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결론


로키의 성별 전환은 노르드 신화의 부차적인 요소가 아니라, 정체성, 수행성, 사회적 규범의 경계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핵심 주제입니다. 퀴어 이론의 렌즈를 통해 우리는 로키를 단순한 트릭스터가 아닌, 우리가 누구인지, 또 누구로 변화할 수 있을 지를 비춰주는 거울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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